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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오늘의 묵상..........21

바늘문 많은 이가 예수님의 오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어떤 성서학자는 “바늘구멍”이 아니라 ‘바늘 문’으로 알아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바늘 문의 원어인 ‘라피스’는 낙타가 등을 구부리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짜기나 작은 출입문을 뜻한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낙타”(카멜론)가 아니라 ‘밧줄’(카밀론)로 알아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낙타가 바늘구멍이 아니라 작은 문을 빠져나가는 것이 되고, 낙타가 아닌 밧줄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하여 부자의 하늘 나라 입성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성경의 원문을 변형시켜 해석한다고 하여 듣는 이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이 구절이 ‘불.. 2022. 8. 16.
사마천의 사기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가 사마천의 역사책 『사기』에 보면, 어떠한 명의라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여섯 가지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자가 교만하고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몸을 가벼이 여기고 돈과 재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세 번째는 음식을 적당히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며, 네 번째는 음양의 평형이 깨져서 오장의 기가 안정되지 않은 사람의 경우입니다. 다섯 번째는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도저히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이며,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의 신탁은 구원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종교적 상황을 묘사하면.. 2020. 8. 8.
솔로몬의 지혜 솔로몬은 하느님께 지혜를 받은 인물로, 사람들은 흔히 ‘지혜’ 하면 그를 떠올리고 성경이 전하는 그의 판결은 지혜의 예로 꼽힙니다(1역대 3,16-28 참조). 솔로몬은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하느님의 질문에 ‘듣는 마음’을 청하고 그것을 통하여 백성을 통치하고 분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청원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가 ‘장수’나 ‘부유’나 원수를 없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바랄 법한 것들이 아니라 ‘듣는 마음’을 청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청원대로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주십니다. 같은 내용을 전하는 2역대 1,1-12를 보면 솔로몬은 하느님께 ‘지혜와 지식’을 받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마음은 생각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이야기 사.. 2020. 7. 31.
내로남불 ‘내로남불.’ 좋은 말도 아니고 교육적이거나 윤리적이지도 않고 더욱이 신앙적이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안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동일한 사건이지만 개인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사용하지 말아야 할 표현입니다. 사람들은 오늘 복음에서 하나의 같은 사건을 경험합니다.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자 말못하는 이가 말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마귀가 들려 말을 못하였으니 마귀를 쫓아내자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입니다. 예수님의 ‘구마’이자 ‘치유’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군중은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놀라워합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 2020. 7. 8.
걱정 2005년 외국의 어느 극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최소 30명이 숨지고 45명이 부상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극장 안에는 천여 명의 관객이 연극을 관람하는 중이었는데, 무대 커튼에서 불씨가 피어올라 화재가 시작되었고 그것이 대형 참사로 번진 것입니다.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는 화재에 놀라 긴급히 대피하는 과정에서 발에 밟혀 숨졌다고 합니다. 화재 자체보다도 발에 밟혀서 죽은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던져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왜 발에 밟혀 숨진 사람들이 더 많았을까요? 어쩌면 화재보다도 화재에 따른 지나친 걱정과 공포심이 오히려 더 큰 인명 피해를 낳았는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하고, 30%는 이미 일어난 .. 2020. 6. 30.
보물과 진주 오늘 예수님 말씀은 숨겨진 보물과 진주로 비유된 하늘 나라에 들어가려면 불필요한 것을 모두 버려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추구하려면 다른 무엇을 포기해야만 하지요. 세상 삶을 살면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 나라를 추구하는 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모두 버리는 결단과 끝없는 노력만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이고, 무엇이 필요 없는 것인지를 식별하는 지혜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이 제1독서에 나옵니다.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지혜를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그렇지만 말을 잘하려면 잘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형제.. 2017. 8. 1.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더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가 요구된다는 말입니다. 우리 신앙 안에서 하느님으로부터 더 많은 은총을 받은 사람은 그만큼 더 큰 책임이 부과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것은 자존심을 내세울 일이 아니라,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요한 8,39 참조). 코라진과 벳사이다는 종교 도시로서, 종교 교육도 잘 이루어졌던 도시입니다. 또 카파르나움은 교통의 요충지로서 상업이 번성하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편에 속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활이 윤택하고 평화로우면 오히려 하느님의 은총을 느끼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신앙도 마음으로부터 이루어지지 못하고, 최.. 2016. 7. 24.
신뢰 목자와 양의 관계는 한마디로 신뢰의 관계라 하겠습니다. 양들은 시력이 약해서 앞을 잘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대신 자신을 이끌어 주는 목자의 음성과 다른 사람의 음성은 정확히 구별하지요. 그러기에 양들은 자신을 이끄는 목자의 음성만 듣고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만큼 목자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이지요. 이처럼 신뢰란 참으로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눈으로 보지는 않았어도, 손으로 확인해 보지 못했어도, 신뢰하는 상대방이기에 그를 믿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상대방도 신뢰하지 못한다면, 어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신앙의 계약을 맺은 하느님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안타깝게도 이런저런 이유로 신뢰가 많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다양하게 찾아야 합니다... 2016. 4. 20.
성소 성소는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뜻입니다. 이 성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늘 사람들을 두 부류로 부르셨음을 알 수 있지요. 하나는 예수님을 따르는 일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들 일상생활의 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마르타, 라자로,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 같은 사람들이었지요. 그들은 주어진 자신들의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예수님의 뜻과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이를 넓은 의미의 성소라 부릅니다. 또 하나는 자신들의 안정된 생활과 가족까지 다 버리고 완벽히 다른 생활을 택한 사람들이지요. 베드로, 야고보, 요한 같은 제자들입니다. 이를 좁은 의미의 성소라 부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 두 가지 길은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도 계속 이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2016. 4. 17.
선입견 평소에는 전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이, 뜻하지 않은 좋은 말이나 선행을 보일 때 당연히 의아스럽게 여깁니다. 그래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익 계산이 분명해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 사람이 혹시라도 마음을 고쳐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변덕스러운 사람이기에, 얼마 안 가서 본심을 드러내리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 갖고 있는 선입견과 판단이 이렇게 눈앞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향인 나자렛에 오시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시는데,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서 기적을 행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으로 그분께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전하시는 말씀을 들어 보니, 과연 소문.. 2016. 1. 31.
고령화 사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어디 갈 곳이 없어 이 전철 저 전철을 타고 하루를 소일하는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에 따라 요즘 들어 ‘나이 듦의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년을 어떻게 잘 보낼지에 대한 관심이겠지요. 노년의 김수환 추기경이 독일 말로 된 ‘어느 노인의 시’를 번역하였는데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해 길지만 전문을 옮기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최상의 일은 무엇일까?/ 기쁜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일하고 싶지만 쉬고/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고/ 실망스러워질 때 희망을 지니며/ 공손히 마음 편히 내 십자가를 지자.// 젊은이가 힘차게 하느님의 길을 가는 것을 보아도 시기하지 않고/ 남을 위하여 일하기보다/ 겸손.. 2014. 12. 10.
마리아의 노래 우리는 다른 이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에 기쁨을 느낍니다. 더욱이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에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성모님만큼 하느님의 사랑과 신뢰를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리아의 노래’는 하느님께 받은 사랑과 신뢰에 대한 환희의 노래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사하며 사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 주십니다. 앤서니 퀸이 주연한 ‘길’이라는 오래전의 흑백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잠파노가 유치장에 들어가자 주인공의 여자 친구인 젤소미나는 실의에 빠집니다. 그러자 주인공의 친구가 그녀를 위로해 주려고 돌멩이 하나를 손에 쥐어 들고 이렇게 말합니다. “젤소미나,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가 있어. 이 돌멩이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14. 12. 10.
죽음 스위스의 정신 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의 정신 상태를 연구하여 책으로 냈습니다.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누구나 비슷한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라 하며 5단계로 구분하였는데,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의 반응은 ‘부인’입니다. ‘이건 무엇인가 잘못된 거야. 내가 죽는다니, 그럴 수는 없어!’ 하며 사실을 부정하려고 합니다. 2단계의 반응은 ‘분노’입니다. 필사적으로 부인해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면 분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왜 나만이 이런 가혹한 운명을 감당해야 하는가?’ 하는 분노입니다. 3단계는 ‘거래’입니다. 대개의 경우 인간을 초월한 절대자와 거래합니다. 예컨대 “목숨만 살려 .. 2014. 12. 10.
기수의 안장 기수의 안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안장이 다른 안장에게 “나는 기수를 태운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안장이 “잘 생각해 봐!” 하고 충고했습니다. 안장은 깊이 생각한 끝에 깨달았습니다. “그래, 나는 기수를 태우지. 그러나 말은 나를 태우고 있지 않나!” 이렇게 안장은 말이 자신만이 아니라 기수도 태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말에 태워진 존재이기에 비로소 기수를 태울 수 있음을 깊이 깨달은 것입니다(『하늘은 땅에서 열린다』에서). 사람들은 가끔 자신만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 자신이 다른 누구의 등에 타고 있기 때문에 짐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짐을 짊어지시는 근원이십니다. 시편에서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2014. 11. 25.
죽은 시인의 사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평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죽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날은 온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불현듯 찾아옵니다. 죽음은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갖게 합니다. 주님께서는 죽음의 불안과 공포에서 해방되는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늘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한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현재(오늘)를 즐겨라!”(Carpe diem!) 국어 교사로 부임한 키팅 선생은 독특한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인생의 눈을 뜨게 해 줍니다. 새로움은 인습이나 타성에서 벗어날 때 생깁니다.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인생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고자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교육 방식은 엄격하기로 유명한 .. 2014.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