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은 하느님께 지혜를 받은 인물로, 사람들은 흔히 ‘지혜’ 하면 그를 떠올리고 성경이 전하는 그의 판결은 지혜의 예로 꼽힙니다(1역대 3,16-28 참조). 솔로몬은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하느님의 질문에 ‘듣는 마음’을 청하고 그것을 통하여 백성을 통치하고 분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청원은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가 ‘장수’나 ‘부유’나 원수를 없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바랄 법한 것들이 아니라 ‘듣는 마음’을 청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청원대로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주십니다. 같은 내용을 전하는 2역대 1,1-12를 보면 솔로몬은 하느님께 ‘지혜와 지식’을 받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마음은 생각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이야기 사이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솔로몬은 지혜롭고 분별할 수 있는 임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듣는 마음’입니다. 그의 지혜와 지식은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솔로몬에게 지혜와 분별하는 마음이 소중했던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비유를 통하여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십니다. 바로 ‘하늘 나라’입니다. 하늘 나라는 숨겨진 보물과 같고,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도 같습니다. 또 하늘 나라는 고기를 잡아들이는 그물과도 같습니다. 이렇게 하늘 나라는 보물처럼 값지고, 값진 것을 찾아가는 상인처럼 역동적이며, 그물에 든 고기처럼 모든 사람을 모아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의 시작에 우리 안에서 활동하며 완성을 향하여 가는 하늘 나라를 선포하십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선포의 말씀을 ‘듣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2020. 7. 26.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