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좋은 말도 아니고 교육적이거나 윤리적이지도 않고 더욱이 신앙적이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안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동일한 사건이지만 개인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사용하지 말아야 할 표현입니다.

사람들은 오늘 복음에서 하나의 같은 사건을 경험합니다.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자 말못하는 이가 말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마귀가 들려 말을 못하였으니 마귀를 쫓아내자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입니다. 예수님의 ‘구마’이자 ‘치유’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군중은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놀라워합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 말하며 예수님을 비하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이런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정치나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석하는 각자의 시선은 참으로 다릅니다. 때로는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세상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입장과 시각이 다른 사람들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고민하고 판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무엇이 복음적인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시각과 잣대로 사건을 볼 것인지,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인지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020. 7. 7. 허규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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