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편지
      글:박해옥 낭송:한송이 이렇게 쓸쓸히 살아 갑니다 어둠을 끌어 덮은 세상은 순한데 잊어야할 한사람 잊지 못한 죄목으로 그대만 생각하면 뾰족한 바람처럼 저 골목길엔 여드레 아홉 날 채찍비 내려 성이 나 식식대다 자꾸만 아득아득 한가슴, 눈물 담은 나무가 살고 이웃한 마음 저물고 수천의 추억들만 가로등만 끄먹끄먹 조으는 밤입니다 슬픈 목을 내밉니다 그대 이름에 (괄호)를 친 날 부터 내 생의 한 귀퉁이 허물어 졌었고 능소화 낯붉히며 수줍게 피는 여름이면 경계수위를 넘고마는,,, 탁류 같은 그리움 먼 그대여! 이런 밤엔 못 견뎌 안부 몇 자 적어보지만 그립다는 한 소절 쓰도 못한 채 눈물로 번져버린 못 읽을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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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이해인, <어느 날의 커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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