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예수님의 오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어떤 성서학자는 “바늘구멍”이 아니라 ‘바늘 문’으로 알아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바늘 문의 원어인 ‘라피스’는 낙타가 등을 구부리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짜기나 작은 출입문을 뜻한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낙타”(카멜론)가 아니라 ‘밧줄’(카밀론)로 알아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낙타가 바늘구멍이 아니라 작은 문을 빠져나가는 것이 되고, 낙타가 아닌 밧줄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하여 부자의 하늘 나라 입성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성경의 원문을 변형시켜 해석한다고 하여 듣는 이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이 구절이 ‘불가능성’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부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 심지어 가난한 사람도 스스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지상의 생명을 얻어 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았듯이, 영원한 생명도 선물로 받는 것이지 내 손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로 받는 것입니다. 
부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구약 성경을 보면, 부자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욥 이야기의 배경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부자는 하늘 나라에 가지 못할까요? 그의 생각이 하느님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자는 많이 가짐으로써 만족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삶에 하느님께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마음으로 느끼지 않는 사람입니다. 내가 가진 것, 내가 이룬 것에 더하여 그분께서 좀 더 도와주시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그것을 위안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부가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가져다준다고 굳게 믿으며 재물을 놓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가 꼭 붙들고서 삶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봅시다. 하늘 나라는 부를 믿고 의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마음과 태도를 요구합니다. 많은 좋은 것들을 붙들고 누리며 살다가 유일하게 좋은 것,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불행을 자초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정용진 요셉 신부)(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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