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전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이, 뜻하지 않은 좋은 말이나 선행을 보일 때 당연히 의아스럽게 여깁니다. 그래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익 계산이 분명해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 사람이 혹시라도 마음을 고쳐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변덕스러운 사람이기에, 얼마 안 가서 본심을 드러내리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 갖고 있는 선입견과 판단이 이렇게 눈앞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향인 나자렛에 오시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시는데,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서 기적을 행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으로 그분께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분께서 전하시는 말씀을 들어 보니, 과연 소문대로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면서도, 그분이 “요셉의 아들”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들은 이 놀라운 말씀을 있는 그대로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못합니다. 한낱 목수의 아들인 그분에게서 그런 말씀들이 나오는 것이 뜻밖이며 의아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어떤 기적을 행하신다면 믿어 보겠다는 자세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기적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한 태도로는 기적을 베풀어 주어도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뵙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5,8 참조).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놀라운 일은 놀라운 일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신 하느님의 능력을 보고 깨닫게 되어 신앙에 도달하여 우리도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2016.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