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명종과 선조 때 살았던 경남 고성이씨(固城李氏) 이응태의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간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써서 죽은 남편의 품에 넣어준 만사(輓詞)이다.
400년 전 진실로 서로 사랑하며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 해로하고자 소망했던 이응태 부부. 비록 육신은 떨어져 있을지언정 그들의 영혼만은 지난400년 동안에도 줄곧 함께였을 것이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 긴 어둠의 세월 속에서 이 사랑을 지켜온 것은 아내가 써서 가슴에 고이 품어 주었던 마지막 편지였다.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았지만 정신만은 영원히 함께 하고자 소망했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이야기는 툭하면 이혼하고 자기만 위로 받으려는 이기주의 생각으로 나날이 엷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부부와 가족 간에 대한 사랑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무덤 안에는 저승 갈 때 신고 가라고 이 씨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 줄기와 함께 정성껏 역은 미투리와 남편이 소중히 여겼던 태어나지 않은 복 중의 아이에게 줄 배내저고리까지 함께 들어 있어 죽은 남편의 넋을 위로하려는 각별했던 정성을 알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해 총 혼인은 30만4천932건, 총 이혼은 16만7천96건으로 혼인 대비 이혼율이 54.8%나 되었다고 한다.
부부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든 방황하는 중년의 부적절한 사랑이든 어차피 사랑 없인 살아갈 의미를 잃고 마는 것이 인간인가 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6년 전인 1586년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임종 후 장례 전날까지의 짧은 시간에 써 내려간 이 글은 원지 절반 크기의 한지에 촘촘하게 적혀 있다.
이 편지는 당시 엄격한 남녀유별의 유교사상 속에서 이처럼 때 묻지 않고 허물없는 애정표현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뜻밖 이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와 남편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또 존중했던 당시 조선사회의 남녀 평등한 사고 관을 엿볼 수 있다.
원이 아버지에게 !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라는 거지요?
아무리 한 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 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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